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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대회 영상을 보다 문득 지난 대회가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지난 대회 영상을 바라보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해야할 것이다. 4년 전 이맘때라면, 새벽같이 친환경 물류 창고에 출근해 트럭에 식자재를 싣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로컬푸드 운동을 하던 스물 여덟이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10km 를 걸어서 출근하던 날들. 그 두 시간동안 영어 라디오 방송에 입을 맞추어 중얼거리던 어느 날, 오전 배달을 마치고 인터넷으로 대회 영상을 보며 가슴 졸이던 모습이다. 시골이라 영상도 자주 끊기고 화질도 엉망이었지만, 그 기억이 참 생생하다.
어제는 출장을 마치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느라, 대회 중계 영상 시간까지 잠못들고 있었다. 때마침 김연아의 대회 시간이라 대회 중계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다. 빙상에서의 그녀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대회를 치루고 있었고, 나는 다시 가슴 졸이며 영상을 보았다.
체력이 부족해 오늘부터는 걸어서 출퇴근을 한다. 퇴근 후엔 철봉도 당겨보고, 책도 뒤적인다. 회복 하려는 것이다. 월급은 조금 나아졌고, 하는 일은 더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내가 바라던 메달은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느끼는 허전함은 지난 꿈의 빈자리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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