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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단꿈에서 깰 틈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직 덜 깨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취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와 능력의 문제가 아닌 성향과 색깔의 문제였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나만 생각할 수 없다고 느꼈다.
대책과 정해진 길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이 수십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인천에도, 부산에도 저 멀리 남도에도 넣었다. 그리고 새벽기도회에 나를 밀어 넣었다. 그 날, 땀과 함께 뿌린 씨앗에 아무 열매 없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 담담하게 나를 맞이했다.
많은 것을 쏟아 넣으면 최소한 의미있는 어떤 것은 얻으리라는 것에 아무 의심도 없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수긍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또 많은 위로를 주었다.
퇴사 다음날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틈을 내서 그동안의 인연들을 떠올리며 고마워 하고, 나의 어떤 소망들에 대하여 묻고 알아보고 있다. 방향은 종잡을 수 없지만, 대체로 내게 소중한 것들이며, 무엇을 맺을 지 알 수 없지만 그대로도 행복한 것들이다.
@saint jacobs beach dubrov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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