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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가지런한 글을 읽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정갈해진다. 몇 편의 이야기로 구미까지 담백해지는 건 당신의 투명하리만큼 철저하게 비우는 삶이 글에 녹아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 책상 첫번째 단에는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들이 놓여있다. 실제로 두고두고 꺼내 읽어도 항상 새롭고 읽을 때마다 맑은 물을 마신 것처럼 상쾌해지는데, 하나는 금아 피천득 선생의 글 모음집이고 또 하나는 법정스님의 글 모음집이다.
'무소유'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비교적 잘 알고있는데 '영혼의 모음'이나 '물소리 바람소리'같은 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느책을 집어 들더라도 그 곳에 실린 이야기는 하나같이 담박하고 정갈한 단색의 글이어서, 노신의 선집을 읽을 때처럼 마치 카멜레온을 대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어떤 제목의 이야기라도 내가 법정스님의 무릎 앞에서 이야기를 직접 듣고있다는 생각에 은은한 체취가 느껴진다.
스님이 말한 것처럼 오늘 하루 내가 보고 듣고 말하고 먹은 것이 나를 만든다는 깨달음이, 더욱 스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하루 종일 구겨지고 탈색됐던 나를 정화시켜줄 청정수같은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일 깨끗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건 스님이 내게 남겨준 자비다.
많은 글과 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향기를 은은하게 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존귀한가를 생각한다. 그는 아마도 전생에 천년을 산 소나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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