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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도 잡혀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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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도 잡혀가는데….

대중은 직접 듣지 않은 소문을 자신의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만약 당사자가 소문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소문은 점점 나쁜 내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치를 잘 알고 있는 노무현은 자신의 행위를 시인하고 심경을 고백함으로써 소문의 변질을 일단정지시켰다. 노무현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검찰에 말하겠다고 했으나 대중은 그 내용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들어본 괴소문보다 덜 자극적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소문을 만들어본 재미는 해본사람만이 알정도로 꽤 짜릿하다. 

괜히 점잔빼지 말자.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쿨하게 대하다가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사람들까지 피곤해진다. 혹자는 ‘그런 소문에 개의치 않을뿐더러,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노력을 쏟아 붓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때로 그런 쿨하고 순진한 태도는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의 신뢰도 허물 수 있다. 가능한 한 솔직하게, 때맞춰서 말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인간관계의 밑바탕이다.

이쯤 되면 내 얘기도 털어놔야겠다. 나는 학창시절 ‘학생회장’을 몇 번 해봤다. ‘학생회장하면 차 한 대 산다더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도는 시절, 대중의 관심과 인터넷세계에서의 익명성, 또한 소문에 대해 쿨했던 나의 태도로 괴소문 속의 주인공역할은 나의 독차지였다.


 -“걔가 학생회장하면서 해먹은 돈이 얼만데?”

학생회장 시절 정말 많은 돈을 썼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하루가 멀게 술자리에 들렀으며 치아교정도 했다. 사람들은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의아했을 것이다. 그래도 직접 물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오토바이는 내 친구 것이라는 걸 말해줄 수 없고, 술값은 총학생회에서 한 달에 10만원씩 받은 활동비로 충당했다는 것과 교정을 위해 그간 모아온 장학금을 모두 털었다는 걸 말해줄 수 없었다. 게다가 난 날 때부터 거지가 아니었다. 박한 살림에 매달 용돈을 쥐어주며 ‘네가 고생하니 통화료 정도는 집에서 내줄게.’라고 격려해준 부모님의 지원은 임기 끝까지 버틸 수 있게끔 해준 응원이었다. 

총학생회는 학생회비라는 이름으로 많은 돈을 학생들로부터 걷어 쓴다. 또 학교에서는 학생활동 지원비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지원한다. 학교가 지원하지 않으면 축제 때 ‘원더걸스’는 올 수 없다. 큼직한 행사 한 번에 ‘억’단위의 돈을 쓰는 총학생회는 사람들이 ‘저기선 얼마나 이문을 남길까?’라고 생각할 좋은 먹잇감이다. 게다가 최종집행권자인 ‘회장’은 대기업의 ‘회장님’처럼 더 많이 남겨 차한대 뽑는다는 가설이 세워진다. 

아니올시다. 나는 학생회로부터 월급을 받았다. 이마저도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연초에 각 과 학생회로부터 허락을 받는다. 몇 해 전에는 ‘한 달에 1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는 건 너무 많지 않느냐?’고 반박했던 한 학과회장이 간부로부터 내막을 자세히 들을 후 20만원으로 월급을 인상해주는 것을 제안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무전취식의 대명사 학생회장?”

학생회장이 되기 전 생활비를 벌기위해 우유배달을 석 달 동안 했다. 그 돈을 선거 준비에 다 쓴 덕에 총학생회실에서 업무에 헌신하는 학생회장이 탄생했는데, 한 학기가 지나고 초라한 회장의 행색을 보다 못한 간부들이 자기 간부장학금을 조금씩 모아 나를 다시 기숙사로 넣어줬을(?) 때 나는 울었다. 2학기 땐 학내 치안유지를 위한 알바를 만들어 시범운영을 하며 근무시간이 새벽1시까지 늘었다. 밤늦게 일해 받은 알바비는 한 달에 33만원 남짓. 이런 저런 빚을 갚고 임기 끝까지 남겨간 내 개인 통장잔고는 ATM기로도 출금할 수 없는 9천원이었다. 

기숙사비는 결국 다 냈다. 한 학기 이상 연체한 적 없는 성실한 납부자였다.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너는 더 받아도 된다.’고 음흉하게 속삭인다. 내 일생 최대의 적, 교만함의 속삭임이다. 나는 아직 이런 건 내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와 극복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아직 청년이라고.

 -“할 말 다했니?”

조금 더 말하자면, 이른바 ‘진보세력’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교조, 민주노총, 전임대통령까지 대중의 신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세력이 권력, 인성, 돈 때문에 신뢰를 잃고 있다. 초심을 지키기가 지구를 지키는 것 보다 어려운 세상이다. 나는 정직한 사람를 꿈꾼다. 주위의 탁함을 탓하지 않고 홀로 떠있을 지라도 멀리까지 자기 향기를 내는 연꽃처럼.

할 말이 많아 더 이상은 글로 대신할 수 없다. 학생회를 하며 싼 값에 많은 걸 배웠다.
그런데 넌 할 말 다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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