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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봄이 진이

대지 100m2에 쌓아 올린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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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면적에 어떤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감이 안 왔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뒤편에 넓은 땅까지 차지하는 집이었다면 이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보낸 원주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겨우내 공사했는데 봄이 오고 자투리 땅에 자작나무며 사과나무의 묘목을 심고 나니 이제야 마무리 되었다.

들깨와 고구마를 심어놓은 땅에 집을 짓기로 했다

지난 수년 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마을 초입에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주민들의 쉼터라고 생각했다. 소일거리로 밭농사나 지을 수 있는 땅이 부모님이 살게 될 집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게다가 거래 당시 지목은 하천이었기에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지목변경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건축면적은 40m2다

2층 주택을 짓기로 했다. 협소 주택이 유행이라지만 몸에 맞는 옷을 짓듯 설계사와 수십 차례 협의를 거쳐 도면을 확정했다. 입구를 어디로 내고 공간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부모님이 2층 침실에 가기 위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셔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작은 집은 어느 정도 젊음이 요구된다.

1층은 조금 낮은데 2층 천장은 유럽같이 높다

내 기억에 고향에서 자가로 생활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형편이 좋을 때는 방이 여럿인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봤지만 대부분 이곳저곳을 옮기며 살다 지난 10여 년은 번재라는 곳에서 지냈다. 겨울에는 춥고, 불편한 점이 많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사를 가려다 마음을 바꿨다. 따뜻하고 튼튼한 새집에서 살아보기로.

정자와 한 세트처럼 보인다

지붕과 벽돌까지 쌓고 나니 마치 이전부터 이곳에 있던 집처럼 보였다. 주변 환경과 크게 대조되지 않으면서 창 밖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단순하지만 단단한 모습을 보고 나니 진짜 집이 생긴 것 같다. 땅의 경계를 가까스로 지킨 탓에 남은 땅도 마치 이 집 마당처럼 보였다.

가늘게 심어놓은 묘목이 내 눈에만 보인다

처음 계획보다 1.5배는 넘는 공사비를 지출하며 청구서가 날아올 때마다 한 소리씩 했지만 부모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건물을 제외한 부분은 수작업으로 마무리했는데, 이를 본 동네 주민들이 자기네 집 작업을 의뢰해 조만간 미팅을 갖는다는 말씀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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