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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봄이 진이

첫 집을 구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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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산 지 3년이 지났다. 거창한 표현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 내가 살 집을 마련하려는데 청약 당첨은 멀었고 수중에 자본이 모이는 속도는 더뎠다. 어떤 운을 기다렸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순진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자라면 집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직장을 찾아 서울에 와 자기 힘으로 삶의 터전을 세워야 하는 경우라면, 생각보다 기회가 많지 않다. 어쩌면 한 번의 선택이 남은 시간을 좌우하기도 한다.

 

전세를 구하는 것도 극적이었는데, 근처에 살만한 집을 찾은 건 기적이었다. 전세가 만료되는 해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동네 부동산에서 소개한 곳이다. 25년도 넘은 아파트지만 느낌이 좋았다. 금융만 잘 짜면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결혼하고 첫 전셋집, 옥탑에서 4년을 보냈다.

신혼부부 5년이 지나기 전에, 내 소득이 더 오르기 전에 디딤돌 대출을 실행했다. 서향이라 감정가가 생각보다 박했지만 나머지는 다른 대출로 채울 수 있었다. 신용이 허락하는 만큼 은행빚을 얻어 인테리어를 했다. 생애 처음 내 집을 꾸몄다.

 

혼수로 마련한 가구를 최대한 활용했고 공간이 허락하는 만큼 필요한 가전을 구했다. 카드 한도를 높이고 발품을 팔았다. 나머지는 살면서 채우자고 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살림이 크게 늘지 않는다. 가능한 공간을 누리고 있다.

대출 기간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 집값이 변하는 걸 살펴본다. 살면서 아파트 하나 남긴다고 하더니 생각과 일상이 집 한 채에 갇히는 건 아닐까. 한 해, 두 해 기다리지 않은 게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 큰 파고를 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감나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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