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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산업계관점 대학평가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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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산업계관점 대학평가 평가위원이 되었다. 비밀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독립된 자리에서 조용히 평가하는 동안 무엇보다 납득할만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고민했다. 모든 점수에 의미를 두고 이유를 만들었으며 합리적이지만 엄격한 평가위원의 역할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2.

많은 대학의 강의 개요를 정독하며 산업의 근간인 대학교육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문 분과인 토목학과를 평가하며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미 제시된 산업계의 요구가 학과 교육개요에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를 평가하기에 문제 되지 않았다. 정성을 쏟은 곳, 변화를 갈망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3.

산업계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았는지 모른다.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교육으로도 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 틀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그럼에도 산업계는 대학 교과목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산업계는 그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되도록 준비된 인재를 기다린다.

 

4.

발표평가 시간은 안타까움과 격려가 교차됐다. 분야에 따라 학사운영의 차이가 컸다. 분과별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학과라도 어느 산업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나뉘었다.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지역 업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 반면, 경쟁력 있는 활동만이 생존을 담보하는 학과가 있었다.

 

5.

평가라는 단어가 주는 위계감과 달리 인증원과 평가위원 모두 겸손했다. 전국 공학 관련 학과의 약 13% 정도가 공학인증을 취득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몇몇 대학만이 이번 평가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소속 학과의 경쟁력을 키우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모든 활동이 격려의 대상이었다.

 

6.

하지만 토목분야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본다. 어디에서부터 미래를 그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누구보다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음에도 콘크리트와 같은 벽이 튕겨내는 것 같았다. 발표평가 시간에 느낀 곤혹스러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한 시간이었다.

명동과 선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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