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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유학생과 함께한 여름 인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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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회사 기획실 업무의 장점은 자기가 책임질 수 있다면 원하는 일을 벌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달 동안 인도네시아 시장을 조사했지만 진도가 더디고 막막했다. 원하는 분야가 분명하다 보니 자세한 조사가 필요했지만,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가 관건이었다. 해외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면 도움이 될까 찾아보다 오히려 현지인과 함께 조사하는 방법으로 생각을 바꾸니, 자연스럽게 모교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사라스와 잉가르씨

2.
두 명의 인턴 대상자를 선정하고 개별로 일정을 조율하다 사전미팅을 핑계로 한 자리에 모았다. 보통 겨울에 공개 콘테스트하듯 인턴을 초청하는데, 이번은 특이한 경우다. 특히, 다음학기 졸업을 앞두고 논문작성으로 바쁜 시기에 인원을 특정해 초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몇 마디 못하는 인니어로 감사를 표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인도네시아 초청유학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3.
기획서를 올리고 경영진 재가를 얻고 나니 거칠 것이 없었다. 각 사에 업무협조전을 돌리고 법인별 담당자가 배정되니 업무에 탄력이 붙었다. 당초 사무실에서 조용히 보고서나 작성하려고 했던 계획은, 두세 개의 부서를 거쳐 공장과 공사현장 방문까지 빠듯한 일정표로 꾸며졌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인턴들의 사전 인터뷰를 반영해 부서를 배정했다. 둘은 모두 도시계획을 전공했고, 한국의 그것을 경험해 보길 희망했다.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

 4.
첫 주는 과천에서 보내도록 인계했다. 첫날부터 내가 없는 회사로 보내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간발표를 마치고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모습에 그간의 사귐이 그려졌다. 부서에서는 가능한 많은 것을 알려주려 노력했고, 인턴은 자신의 몫을 해내고자 밤늦게까지 자료를 준비했다. 이기적이 아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을 위해 서로 무척 노력한 모습을 보니, 적절한 가이드도 주지 못한 나의 노력이 가장 부족해 보였다.
 
5.
둘째 주는 제법 빠듯했다. 제품에 대한 이론학습에 하루, 제작공정 견학과 스터디에 하루, 그리고 다음날 해외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보고서를 만들어 내야 하는 다소 과격한 일정이었다. 틈틈이 해외 인턴십의 추억도 쌓는 것은 물론 이 프로그램 자체를 평가받기 위한 행사까지 챙기다 보니,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한다는 혼잣말이 새어 나왔지만, 마지막 발표 자리에서 서로에게 좋은 기회였다는 소감을 들으니 그간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다.

공장 견학과 마무리 발표 모습

6.
마지막 날은 마침 팀 워크숍이 있었다. 말복이라 삼계탕과 각종 빙수를 차려놓고 보양하자는 뜻이었는데, 그 핑계로 인턴에게는 좋은 식사와 디저트까지 챙겨줄 수 있었다. 생각대로 촘촘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한 발 진출을 위해 한 코를 엮어낸 것 같았다. 기획서를 만들고 업무를 종료하기까지 한 달 동안, 없는 매뉴얼을 만들어가며 이곳저곳에 협조를 구한 것도 성과다. 하나의 일에는 많은 결과가 파생된다는 기대감, 이번 만남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줄지 기대된다.

맛있는 걸 함께 많이 먹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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