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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봄이 진이

여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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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보다 출장 기회는 줄었지만, 가끔 시외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 가까운 거리라면 혼자 다녀오지만, 며칠 걸리거나 좀처럼 방문할 기회가 드문 지역에 가게 되면 혼자 가는 게 아까워 아내에게 묻곤 한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딸에게 색다른 경험을 남겨주고 싶고, 함께 여행도 자주 못 가는 아내에게 한 번씩 외출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처음 함께 갔다.

 

2.

차로 갔다. 서로 다른 열차를 타는 게 여행에 의미가 있겠냐며 출발하는 날 갑자기 정했는데,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리는 건 무모했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어디든 함께 갈 수 있겠다는 연습이 됐다. 목적지가 여수다 보니 먹거리에 대한 기대가 남달라 휴게소 음식이 입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고 달려 점심즈음 여수엑스포에서부터 서로의 일정을 시작했다.

 

3.

첫날은 전시회 준비로 종일 분주했다. 숙소 열쇠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가 전화로 된통 혼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호텔에서 컵라면과 짜장면을 먹었다. 오전 내 차 타고 이동하노라 오후 내 걸어 다니노라 심신이 지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출장지에서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 첫날 점심 식사는 별로였다고 한다. 그래도 구경 많이 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바다에서 찐팬을 만난 봄이

4.

출장 기간 동안 가족에게는 함께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알게 된 동료들이 마음 써 준 덕에 둘째 날 저녁은 외식을 했다. 이른 저녁이지만 여행지에서 하루를 보낸 두 여성에게는 긴 하루의 마무리였다. 케이블카도 타고, 전망 좋은 카페에도 들어 나름의 인생샷을 찍고 왔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도 내가 여행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5.

이곳만의 미식을 경험하고 싶어 여러 가게에 들렀다. 저녁 식사를 하고, 밤에 먹을 후식이며 다음날 아침밥과 오전 간식까지 싸들고 돌아왔다. 여행으로 오감을 만족하는 데 반해 출장은 유독 금세 허기지고, 하루 한 두 끼 식사가 그곳의 기억을 대신한다. 몇 년 전 부산에서 같은 행사를 준비하며 젊은 남성 셋이 하루에 식당 여섯 군데에 들른 기억이 떠올랐다.

혼자도 먹고 둘이도 먹고 여럿이 나눠서도 먹었다.

6.

아침 KTX에 가족을 태워 보내고 전시회 마지막 일정을 치렀다. 차로 함께 가는 건 편도로 충분했고, 낯선 여행지에서 아내와 딸 단 둘만의 시간도 이틀이면 적당했다. 나의 여정도 점심에 수제버거를 먹고 저녁에 맛집에서 식사한 것으로 마무리했다. 점점 좋은 시간을 남기는 데에 마음을 쏟는다. 나만의 시간을 가족과 나누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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