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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감상문

[9번의 일]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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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작가로부터 어떤 조언을 구할 수 있겠다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장편소설이었고 작가의 회사생활은 짧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사원이라는 부류의 한 사람의 삶은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가. 어떤 의미를 찾는다고 그 많은 밤과 아침과 사무실 생활을 견디는 일상은 그렇게 '그려낼'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나. 나는 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견뎌내려고 하는지 물었다.

 

2.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그냥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다. 대상에 맞춰서 권한 게 아니고 어쩌다 손에 들어온 그런 책에서 나는 내 앞에 10년을 앞서 살아가는 현실의 인생선배를 마주했다. 그의 선택이 이해되고 그의 태도와 일상은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그 길 위에 있고 조금 더하고 덜하면 책 한 권에 쏙 들어갈 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회사원으로, 가장으로, 그리고 조금 남은 나 자신으로.

 

3.

그에 대해 되도록 많이 기억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찾지 못한 어떤 대안이 아직 남아있다고 믿고 싶었다. 글의 마지막이 가까워오는 게 두려웠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지 하는 긴장감에 마지막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숨을 가다듬었지만, 끝은 비현실이었다. 나는 그런 미래를 고려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현실의 나는 책 속의 그보다 조금 더 곪아 있는 것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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