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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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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새내기


전공은 일본통상으로 정해졌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하던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몇 년 간 다짐만 앞섰던 일본어 정복에 쐐기를 박자. 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간단히 대학 전공이 정해졌다. 동기들이 말하던 ‘미래를 생각해서, 전망이 밝은, 혼자서는 경험하기 힘든,’ 따위의 거창한(?)고민을 함께 나누지 못해 한동안 난감했던 기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좋은 게 가장 좋은 거다’는 내 기준에 충실했는데, 그 인연에 만난 사람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지금은 그 선택에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러시아어를 공부하지 않았을까.

OT는커녕 MT도 한 번 가 본 적 없는 나는 이른바 아웃사이더였다. 새내기 시절 왕따 되기 싫으면 꼭 가야한다는 주위사람들의 말은 꽤나 지키기 힘든 요구사항이었는데, 특히 매주 금요일이면 귀향해 일요일 밤에나 학교에 돌아오던 생활패턴은 주말 술자리엔 한 번도 들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혼자계시는 어머님의 말벗이라도 되려고 했던 노력이었고, 가급적 대학생활을 바르게(?)하고 싶던 마음이었다. 어쩌면 그저 집에서 벗어나기 싫었나보다. 하긴 술이라도 마시면 큰 죄라도 짓는 거라 믿었던 시절이니까. 당시엔 신앙에 열심을 냈던지라 성가대 지휘자까지 덥석 해버려, 나로써도 믿기 힘든 생활을 이어갔다. 하여튼 대학전공친구들과는 친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아는 친구도 드물었고, 내 사정을 아는 친구는 없었다.


책 하나는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다. 줄거리는 희미하지만, 고전 한 권씩 덮을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았다. ‘고전을 고전답게 읽겠다.’는 엉뚱한 생각 때문에 일부러 낡은 표지의 오래된 번역본만 찾아 읽어서인지, 아리송한 문장처럼 이상한 말버릇이 생겼는데, 예를 들고 싶지만 책 제목만 생각난다. 부활, 신곡,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새내기 때 책을 읽는 버릇만큼은 남기겠다는 다짐으로 탐독한 시간이, 어쩌면 대학교1학년 시절에 가장 값진 시간이었으리라. 그렇게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 덕에 이상한 새내기가 된 나는 졸업할 때까지 참 이상한 대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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