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신입사원
서울간다고 나선 지 이주만에 집에 들렀다. 시간이 빠르다 하시고, 내자랑하느라 입이 마른다 하신다. 얼굴살이 빠졌다고 걱정하시다가도 기분이 좋아 소주 한 잔만 따르라 하신다. 지각한 출근 첫날이 떠오른다. 그때 집에 돌아갔다면 쓸쓸한 그림자만 드리웠을 것이다. 그래,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참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졌다면, 매사에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말하게 되었다. 혼나기도 하고 함께 술마시고 웃고 대화한다. 미래, 미래, 미래말고, 얼마, 얼마, 얼마한다. 직장인이 된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배우고 있다. 처음으로 물건 값을 깎았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보고서를 써보고 칭찬을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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