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판 아님. 석 달 걸림. 썸네일형 리스트형 박경리의 토지를 읽고 십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고3 수험생활의 돌파구라도 발견할까 싶어 찾아 들어간 책방에서 처음 '토지'를 만났다. 책방 주인아주머니는 좋은책 골랐다며 대여비를 깎아주었고, 교실 제일 뒷자리에서 1권을 펼쳐든 나는 그날 첫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활자와 어색한 말투, 또 그 16권에 이르는 많은 양에 압도되어 읽기를 포기한 것이다. 결국 다음날 반납하고 바쁜 고3 공부를 핑계처럼 되뇌며 돌아온 기억은, 어느 서점에서든 '토지'주변을 서성일 때마다 되살아났다. 언젠가는 읽고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대학을 졸업했다. 굽이진 산길을 오르듯 사방팔방 새로운 것들에 눈을 빼앗긴채, 그러나 가파른 고개를 넘듯 보낸 20대를 돌아보니 모양이 군데군데 엉성한 허수아비 한 자루가 서 있을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