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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서울생활 입문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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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어머니는 가게를 쉬고 점심밥을 차려주셨다. 작은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시고, 내가 버스에 올라 마을을 나서는 걸 보시고서야 건물 너머로 몸을 가리셨다. 나는 인천에서 서류를 받고, 영등포 양화점에서 구두를 맞춰 까치산 집에 도착해서야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걱정마세요. 


침대위에 월세를 올려놓고 잠들까말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형님은 서울생활하는데 시골청년 티내지 말라며 각종 넥타이며 고급양복, 손때묻은 손가방까지 건내주었다. 그래도 월세를 받는 것에 미안해하더니, 결국 일주일에 한 두 번 영어와 수영을 배우는 조건으로 그중에 일부를 돌려주었다.


그날 밤, 몸이 피곤했는지 너무 긴장했는지 나는 다섯시까지 잠들지 못했고, 첫 출근에 보기좋게 지각하고야 말았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 한시간 반,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서야 출근이란 걸 했다. 사장님과 전무님은 아무말씀 없으셨지만, 그날 이후 나는 다섯시에 일어나 출근한다.


참 배울 게 많다. 엔진 매카니즘과 무역실무, 비지니스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회사의 언어로 문서를 작성해야한다. 골프도 어렵다. 스크린 골프 첫날에 드라이버를 부러뜨렸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하지만 이제부터 배울 것 투성이라는 현실이 내게 살아갈 힘을 준다. 좌충우돌 서울생활 입문기, 희망차다.


첫 명함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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