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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감상문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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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여름휴가에 들고 나섰지만 며칠 안에 읽어내겠다는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회사에서도 틈이 나면 도서관에 들러 읽다만 페이지를 들추었다. 올해 첫 독서는 문장을 흡입하듯 읽고 뭉친 어깨를 비비듯 글자를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종일 생각할 여력은 없지만 책장을 펴면 읽다만 페이지까지 기억이 또렷했다. 오랜만에 읽어서 좋았다. 오래된 책도 교과서도 아니지만 여느 교실에서도 못 듣는 오래전 이야기를 해 주어 좋았다.

 

2.

한국어로 출간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난 몇 주간 ChatGPT로 업무를 준비하고 아바타 2를 보며 가상현실을 학습한 뒤에야 저자의 이야기가 눈앞에 그려졌다. 생물학적 나이가 어느 정도 안정되니 인간에 대한 객관적 서술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다큐에서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 목적에 알맞게 살아가는 모습이라 생각한 이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고민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가.

 

3.

인간은 약하고 그 수명은 짧다. 공존의 방향을 만들어내더라도 개인의 일생이 어떤 내용일지는 천차만별이다. 은하수에 옷핀이 박힌 만큼의 내 자리를 확인하고는 나는 아무 다짐도 걸어놓지 않는다. 동네를 조망하며 변화가 느껴질 만한 시간을 정해 빼보기도 하고 더해보기도 하며 상상해 보니 그제야 역사책 한 권을 읽은 것 같다. 나는 거짓 많은 시대에 비교적 안전한 일생을 보내고 있다. 눈앞만을 가늠하다 그 너머까지 엮어놓은 역사라는 그늘은 한낮에도 선선한 피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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