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영화 감상문

[고민하는 힘] 강상중

728x90

1.
외근을 마치고 난 직후였다. 이대로 회사에 복귀한다면 퇴근시간은 조금 지나겠지만 야근으로 잔업을 마치면 후련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은 수요일이고, 딸아이 발레수업이 있었다. 발레학원으로 간다면 오랜만에 발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두 번째 길이 나의 길이다. 하지만 나는 두 갈래 길을 두고 30분 동안 고민했다.

 

2.

어떤 선택이 맞는지 고민이 고민을 낳았고, 나와 일, 가정과 나의 역할까지 열심히 고민했다. 기왕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전철에 탔으니 끝까지 생각해 본 것이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익숙한 것(의심 없이 회사로 가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자는 게 고민의 결론이었다. 내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대체로 따분했다.

 

3.

새벽에 잠에서 깨더라도 알람시각까지 기다리느라 누워있지 않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굳이 안 하던 SNS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회사에서 짧은 책이라도 조금씩 읽게 된 것도 그렇다. 적지 않은 선택지에서 가장 좋은 책을 고르려는 욕심에 고민하다 [고민하는 힘]을 집어 들었다. 내 고민에 의미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어서였다.

 

4.

작가는 내가 자기중심적이거나 돈만 따라 살려는 건 아닌지, 일과 사랑에 의욕이 있는지, 죽음이 두렵기만 한 건 아닌지. 할리데이비슨을 결국 타게 될 것인지.. 계속 말을 걸어 주었다. 어떤 살아갈 이유를 말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5.

이곳 블로그에는 내가 지난 10년 간 고민한 흔적이 잘 꾸민 글로 남아있다. 이곳에는 어리고 미완성된 내가 있다.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최소한 그 시간이 삭막해 보이지 않는다. 고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