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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감상문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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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법을 배우기로 한 시절에는 법이 무서웠다. 잘 모르면 살아가는데 손해를 보거나 적어도 나를 보호할 방패 없이 전쟁터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법학과에서 유독 관심 있게 들은 수업은 헌법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법이 새롭고 의미 있었지만, 헌법은 내가 사는 이 시대의 사회적 합의의 총체 같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교재를 벗어나 일상에서도 법을 읽고 싶어졌다. 회사에서 인터넷 신문을 통해 판례해설을 읽다가 문득 좋은 책을 찾고 싶어 회사 도서관에 올라갔다. 되도록 대여기간 동안 소화할 수 있을만한 책이어야 했다. 아직 법을 대하면서 지치고 싶지 않았다. 틈날 때 꺼내 한 손에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10가지 사례를 톺아낸 형식이라 틈내서 읽기 좋았다.

 

3.

저자인 김영란 교수가 20년 전 대법관이 되고 6년간 경험하고 고민한 내용의 일부라고 한다. 나는 법을 무서워하는 만큼 법관의 사회적 지위를 우러러보는 사람이다. 아직 "짐이 법이다"는 근대 이전의 법 감정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나와 같은 시민이 쟁취해 온 법을 알아가고, 일상에서 교양책 읽듯 법서적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법 공부의 가장 큰 성과다.

 

4.

2주인 대여기간이 끝나 곧 반납해야 한다는 알림에 부리나케 마지막 사례를 읽었다. 한 호흡으로 읽으려다 현기증을 느낀 게한두 번이 아니다. 논리적이고 긴 호흡의 문장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새해 다짐으로 회사 책을 많이 읽어보기로 했는데 금세 한 달이 지났다. 앞으로 이런 책을 많이 읽고 싶어졌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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