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내의 출근] 일 년 같았던 일 개월 1.오랜 사회 경력 단절이 무색하게 아내는 금세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되찾았다. 급여일이 매월 10일이라 아직 첫 월급은 못 받았지만 한 달 빠짐없이 출근하니 휴가가 하루 생겼다. 그사이 아이는 아침에 먼저 출근하는 엄마를 배웅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엄마를 맞이하는 일상을 받아들였다. 학부모 상담에 엄마대신 아빠가 오는 것을 이해하고 엄마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2.폭풍 같은 첫 주를 보내고 자기가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내느라 처음 다짐한 한 달을 힘겹게 채웠다. 매일 퇴근하면 그날 회사에서 일어난 별일들을 털어내고 다음날 아침 파이팅을 외치며 출근하기를 스물네 번 해낸 것이다. 그만두려는 아내를 붙잡는 동료들이 생겼고 팀장님은 일에 대해 잔뜩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벌써 두 번의 회식이 있었다.3... 더보기 70번 째 헌혈 1.헌혈 횟수가 쌓이면서 헌혈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을 조율하게 된다. 두세 달에 한 번은 헌혈의 집에 들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 년에 몇 번 헌혈하는가를 그 해의 성취로 삼는다. 행여 해외 출장이라도 잡히면 출국하기 전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달력을 살펴 일정을 비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남을 위한 봉사에서 나를 위해 헌혈하는 다회헌혈자가 되었다. 2.몇 해 전부터 새로운 기념품이 생기고 기존 훈장들과 별개로 70회 헌혈에도 뭔가를 준다니 그게 또 목표가 된다. 헌혈 마케팅 문자를 기억해 두었다가 제때에 그곳에 찾아가는 속된 마음이 들킬까 봐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 봉사자라기 보단 직업인에 가깝지만, 가끔 매혈을 한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두 손 가득히 받아올 땐 가족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게 된다... 더보기 [아내의 출근] 10년을 기다린 첫출근 1.아내가 출근했다. 10년 만이다. 결혼하면서 퇴사한 이후 봄이를 낳고, 봄이 초등학교 3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는 첫날 첫 출근길에 나섰다. 몇 주 전 대학 선배와 통화하고 사무실에서 만나고 왔는데 그게 면접이었다. 무슨 일을 할 것이고 근무 조건은 어떻다는 등의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10년이란 경력단절을 끊을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기대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회사에 입고 다닐 단정한 옷과 가방을 준비하던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근처 병원에서 주사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통증이 심해져 큰 병원에 갔더니 그날로 입원해 디스크 신경성형술이라는 시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아내는 내가 회사에 가지 말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응원도 만류도 .. 더보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 1.지난달 협력사를 방문하러 짧은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함께 일하고자 하는 지역이 필리핀이라 몇몇 구성원은 화상회의로 접속해 있었다. 서로의 장점과 협업의 가능성을 따지다 문득 일본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기 위해 일본에 터를 잡는 게 아니라 터를 잡기 위해 일을 찾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2.일본 지역학(정확하게는 일본통상)을 전공했지만 일본 근세기에 해당하는 지난 3~400년 전 이야기는 새롭고 흥미로웠다. 짧은 유학 경험과 회사 업무로 접한 그들의 모습이 떠올라 책장마다 지난 경험과 결합해 색다른 문맥으로 다가왔다. 알지만 모르고 몰랐지만 알 것 같은, 가깝고도 먼 나라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3.저자는 본인의 경험과 공부한 내용을 적으면서 왜 '학.. 더보기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40대 직장인 1.상사에서 근무한 2년이 채 안 되는 경험이 그 후 내 업무의 밑바탕이 되었다. 담당부서를 운영할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팀명은 다양하지만 영어나 일본어를 사용해야 하는 모든 업무가 내게 할당되고, 나는 그걸 해내느라 동분서주했다. 처음부터 해외사업부서에 취업했다면 그 본연의 직무 테두리에서 움직였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덕에 나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담당자가 되었다. 2.처음 취업한 곳이 건설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10년 동안 이 바닥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업무들을 엮어가고 있다. 지사와 법인을 세우기도 하고 폐업하기도 하고, 파견을 보내고 외국인도 채용하고, 고객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계약서류도 검토하고, 직원과 회사의 절세를 위해 들여다본 많은 문서들이 뒤죽박죽이지만 결국 해외업무가 .. 더보기 필리핀 출장기록 1.연초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언제 한 번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호텔을 정하고 현지 업체와 일정을 조율하면서도 나의 출장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는데, 원래 계획과 달리 현지 설계사와 시공사와 협력사를 만나는 빠듯한 일정으로 바뀌고 나서야 나의 동행도 뒤늦게 결정되었다. 2.시장을 조사할 겨를도 없이 비행기 표부터 예매하고 동선을 최소화한 곳으로 숙소를 찾았다. 16세기 스페인 통치시절에 만들었다는 성의 안쪽,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를 베이스캠프로 정하고 관광지로부터 대도시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향하는 여정 내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듯한 시차를 겪으며 창밖을 살폈다.3.모든 일정에 30분씩 늦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손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더보기 [40대의 달리기.38] 국제국민마라톤 1. 양복바지를 입었는데 벨트가 헐렁하다. 빠듯했던 세 번째 홈으로 자연스럽게 핀이 고정된다. 분명 어제 달린 하프마라톤 때문이다. 달리기가 내 몸과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몸무게가 줄었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빨라졌고 먹고 마시는 양이 줄어들었다. 달리고 나면 유독 말의 톤은 높아지고 감정이 날뛰지 않는다. 일상이 여러모로 나아지고 있다. 2. 필요가 변하니 관심사도 변한다. 명품 시계만 바라다 스마트와치를, 달리기 좋은 옷과 신발을 찾게 된다. 출장에 조깅화를 챙겨 넣고 일과 전에 달리는 습관도 새롭다.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조깅한 날들이 기억에 남는다. 형형 색색의 주자들이 모인 마라톤 대회에선 지난여름 아내가 사준 바지와 집에 있던 등산 양말을 신고 가볍게 달렸다. 3. 달리다 문득 내가.. 더보기 오스트리아 가족여행 <3> 지난 이야기 오스트리아 가족여행 1. 올해 우리 부부는 결혼 10주년을 맞이한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현실의 불안함을 감추려 10년 뒤에 다시 가자 했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현실이 pak-jin.tistory.com 오스트리아 가족여행 1. 서울에서 취리히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예약하고 후기를 찾는데 좀처럼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스위스항공이 27년 만에 재개하는 서울발 스위스 직행 첫 항공편을 예매했던 것이다pak-jin.tistory.com 1.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어딘지 닮은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 시간 남짓 날아오니 승무원이 초콜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달콤한 기대감을 머금고 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도나우강을 따라 숙.. 더보기 이전 1 2 3 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