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전체 글

[나와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1. 명절에 읽을 짧은 책을 골랐다. [총, 균, 쇠]를 빌렸다가 그 두께와 빽빽한 글자에 압도되어 반납하고, 같은 작가의 책으로 바꿔 빌렸다. 좋은 책을 골라 몇 달간 씨름하는 훈련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책 읽는 방법을 바꿔봤다.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으니, 책은 가볍게 읽고 싶었다. 쉬지 않고, 지치지 않고 오래 읽고 싶었다. 2. 내 눈앞의 내게 중요한 세상에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책임 있는 어른의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불평등과 지구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나와 세계에 대한 책이다. 한 대학에서 강연한 여러 자료를 엮은 책이라 그런지 주제별로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한 번에 몇 장씩 읽어내려니 메인요리가 여럿 올라간 식탁 앞에 앉은 기분도 들었다. 3. 가벼운 대화.. 더보기
[40대의 달리기. 34] 2024년 달리기 시작 1. 일요일 아침잠에서 깨어보니 7시 20분이 조금 넘어 있었다. 기온을 보고 미세먼지 수치를 보니 날이 좋았다. '무언가 하려면 오늘뿐이다.'는 생각이 말소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아침 조깅 하나에 이렇게 거창해지다니. 달리기 일기를 열어보니 작년에도 그랬다. 겨울이 지나길 기다린 것처럼. 그리고 지난 한 해 단 두 번 달렸다. 2. 새로 산 조깅화는 일 년 가까이 외출용으로만 신었는데, 모처럼 제 용도를 찾았는지 7km 가까이 달려도 발이 편했다. 7시 59분부터 8시 34분까지 중랑교를 왕복했다. 손은 시렸지만 공기가 맑고 시야가 트여 달리기 좋았다. 오랜만이라 달리기가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세 자세를 잡았다. 달리면서 마주한 풍경도 변함없었다. 3. 달라진 게 있다면 감정이 함께 날뛰지 않.. 더보기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1. 회사도서관에는 기증 도서가 많다. 특히 사장님이 많은 책을 나눴는데, 그 책 중 일부엔 특유의 밑줄과 메모가 남아있다. 어쩌다 그런 책에 당첨되면 밑줄 친 문구를 외우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대화주제가 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겠다. 이 책에는 유독 많은 메모와 두꺼운 밑줄이 남아있다. 순수한 독후감을 놓칠까 걱정됐다. 2. 논어에 문일지십(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를 안다)이 있다면 이 책엔 아날로지가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지식으로 풀어내는 역사 사실은 교과서와는 다른 결로 기억에 남는다. 독특한 시대 구분과 깊이 있는 해석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러 번 읽을 자신은 없다. 아날로지라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단어, 회사에서도 자주 쓴다. 3. 시간이 지날수록 알.. 더보기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1. 처음 법을 배우기로 한 시절에는 법이 무서웠다. 잘 모르면 살아가는데 손해를 보거나 적어도 나를 보호할 방패 없이 전쟁터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법학과에서 유독 관심 있게 들은 수업은 헌법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법이 새롭고 의미 있었지만, 헌법은 내가 사는 이 시대의 사회적 합의의 총체 같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교재를 벗어나 일상에서도 법을 읽고 싶어졌다. 회사에서 인터넷 신문을 통해 판례해설을 읽다가 문득 좋은 책을 찾고 싶어 회사 도서관에 올라갔다. 되도록 대여기간 동안 소화할 수 있을만한 책이어야 했다. 아직 법을 대하면서 지치고 싶지 않았다. 틈날 때 꺼내 한 손에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10가지 사례를 톺아낸 형식이라 틈내서 .. 더보기
[한국이 보이는 세계사] 최재호 · 이성호 · 윤세병 1. 몇 달 전 사촌형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했을 때는 새로 나온 책이거나 지인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고 가끔 책표지 눈치만 보다 새해가 왔다.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보니 나의 한없는 무지가 펼쳐졌다. 알고 있었다고 착각한 것들이 진수성찬처럼 차려져 있었다. 2. 세 분의 역사선생님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근현대 세계사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과 용어를 알 수 있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위 강대국이 아닌 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늘은 누군가 들추지 않는한 볕이 들지 않는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메시지가 좋았다. 3.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재라는 결과를 낳은 가장 직접적인.. 더보기
방송통신대학교 자퇴, 편입 1. 지난 학기 처음으로 출석수업에 참석했다. 과제도 내고 진도에 잘 맞춰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기말시험을 맞이했다.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학교에 갔지만 지각생 입장마감 시간을 1분 남겨놓고 시험용 태블릿에 접속했다. 첫날 세 과목 시험을 치르고 두 번째 시험에는 가지 않았다. 그날 중요한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끝이 없는 보충수업 같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2. 처음엔 학점 욕심이 없었다. 졸업해도 그만 유보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2023.01.27 - [공부기록] -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는 직장인이야기 하지만 학점을 얻지 못하고 시험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부담을 키웠다. 2년 동안 공부한 결과가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막는 것 같았다. 학기가 지날수록 점점 부담이 쌓여 결국 자퇴.. 더보기
마흔에 읽은 헤르만 헤세 1. 매년 연말이면 결산을 하듯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직을 하고 2년이 지나 마흔이 되었다. 나와 가정, 회사와 사회생활에서 균형을 잡는 건 쉽지 않다. 물이 가득 찬 냄비를 머리에 이고 걷고 뛰는 모습이다. 한쪽이 흘러넘칠 때쯤 다른 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앞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에 흠뻑 젖은 모습 따위 개의치 않는다. 2. 어디쯤 왔는지, 어디까지 달릴 수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은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을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나와 주변을 중요하게 여겼느냐에 무게축이 옮겨간다. 남는 것과 남기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된다. 어떤 환경을 물려주느냐에 관심을 갖게 된다. 3. 제대로 부딪혀 본 적 없는데 벌써 종점이 보이는 .. 더보기
멕시코시티에서 보낸 열흘 1. 떠났다. 2019.10.08 - [사회생활] - 2019 FIDIC YPMTP, Mexico city 혼자서 몇 개월 스페인어를 배우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현지 민박을 정할 때까지 회사에는 말 못 하다가 결국 휴가를 내고 남미로 향했다. 16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멕시코시티는 데낄라를 양껏 마셔도 모두 증발할 것 같은 가을날이었다. 해가 내리쬐지만 시원한, 걷기 좋고 흥얼거리기 좋은 날이었다. 2. 민박집에 짐을 풀고 동네를 훑었다. 하루 먼저 도착한 형님은 Zona Rosa에 대해 이미 많이 조사한 뒤여서 이곳저곳 볼거리 먹거리를 알아내고 동생들을 챙겼다. 맥주며 타코, 향신료 향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지구 반대편에서 온 탓인지 일상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난 기분으로 음식을 맛보고 거리를 살.. 더보기

728x90